‘이제 드디어 사람을 연기하게 되었어요.’: 유령, 안드로이드, 그리고 침묵의 힘을 연기하는 배우 저스틴 H. 민
인터뷰어: 아론 히클린 (Aaron Hicklin)
넷플릭스 히트작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사랑스러운 유령 역할 이후, 저스틴 H. 민은 '애프터 양'에서 로봇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 미묘한 배역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상당히 인간적인 활동이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제 최고의 최고 상태도 경험했고, 최악의 최악 상태도 겪었어요.’
저스틴 H. 민만큼 로봇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크게 성공한 넷플릭스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죽은 사람을 연기하여 유명세를 얻은 이 한국계 미국인 배우는 줌(zoom)의 무미건조함마저 뚫고 나오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매력을 지녔다. 어느 로봇 디자이너도 이 사람만큼 말랑폭신한 피부와 반짝이는 미소를 가진 로봇을 생산해내지 못할 것이다. (*역주: 저 주접을 이렇게 고급지게 쓰시는 분 처음 봐요. 이 정도 해야 가디언지 인터뷰 기자하는구나. ‘말랑폭신한 피부’도 원문은 'marshmallow skin'이었다니까요.) 배우 콜린 파렐이 저스틴을 처음 만났을 때, 저스틴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아름다우시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긴, 누가 안 그러겠는가? ‘콜린 씨가 사람을 볼 때는 ’진짜‘ 보는 거예요.’ 저스틴이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누가 한 말이 제 안에서 그렇게 선명하게 울린 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그냥, ’우와, 나 진짜 아름다운가 봐. 콜린 씨가 그렇다잖아.‘ 그럴 뿐이었어요.’
그랬다고 한다. 콜린과 저스틴은 작고 조용한 폭탄과도 같은 영화 ‘애프터 양’에서 정말 아름답게 등장한다. 저스틴은 제목에 등장한 캐릭터를 맡았으며, 양은 여느 로봇과는 달리 부드러운 영혼을 가졌다. 하지만 이는 감독 코고나다의 작품 세계에서는 흔한 소재이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이 처음으로 만났을 때, 저스틴은 양을 얼마나 로봇처럼 연기해야 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짓궂게 웃으면서 그러시는 거예요. ’나는 모르지, 네가 알잖아.‘ 그래서 저는 ‘아니, 제가 모르죠. 감독님이 말씀해 주세요.’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감독님이 일부러 그러신 것 같아요.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양의 로봇된 정도를) 비밀에 부치고 싶으셨던 거죠.‘ 이 말을 하는 저스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애프터 양’은 저스틴이 불안과 균형 사이를 헤매며 연기에 대한 확신마저 잃어가고 있을 무렵, 그의 초기 커리어에 커다란 분기점을 찍은 첫 번째 주연 영화이다. 저스틴이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일하는 것도 힘들었고 그냥 지내는 것도 힘들었어요. 공포감과 불만족을 항상 안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농담이 있어요. 세리토스에서는 비아시아권 사람들이 아시아권 사람들을 따라하려고 애쓴다고.’